
네타는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어요. 기본적으로 제 잡소리가 더 많습니다.
1. 나나미네의 추락
김이 팍 샜던 에피소드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끝낼 수밖에 없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나나미네의 방식이 급격히 추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나나미네의 방식을 보고 꽤나 이단적이지만 일견 타당한 방식이라고 생각했었고, 주인공들에게 조금 더 타격을 줄 것으로 생각했지만요. 이 에피소드의 급격하고도 일방적인 결말은 이 만화를 만들어 내는 작가 두 분 또한 담당과의, 또 서로간의 치열한 공방을 통해 '바쿠만'을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이 화를 보면서 '창작'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일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도 조금씩은 필요하지만 결국에는 작가 내면의 치열한 다툼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만화에서는 슈지가 '어드바이서는 전원 영리하고 충실한 천사고, 나나미네는 신이다' 라는 조건 하에 주간연재가 성공하리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만약 그렇다면 기발한 작품은 나올 수 있겠지만, 전설적인 작품이 나오기란 힘들 것 같습니다.
2. 나카이의 찌질함, 어디까지 갈 수 있나요 & 히라마루!!!!!!
나나미네의 에피소드를 보면서도 계속 마음을 졸였던 부분은, 나카이의 돌발행동이었습니다. 지난 14권부터 이어온, 아니 바쿠만 전반에서 그가 보여온 여자나 명예, 돈 등에 대한 집착은 병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위기에 빠진 나나미네의 작품을 위해 물불 안가리고 뛰어드는 상황이 걱정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진짜로 원고를 훔쳐서 들고 오는 등의 행위 말이죠. 하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나나미네 이야기가 급격하게 마무리되면서 나나미네에게 버림받은 나카이는 어시로서의 설 자리마저 없어지고 마는데요, 참 이 사람은 최악의 캐릭터이면서도 불쌍합니다.
하지만 나카이는 제쳐두고(이렇게 쓰니 또 좀 미안하네요.) 이 에피소드에서 저의 눈길을 끈 인물은 히라마루였습니다. 히라마루, 왜이렇게 멋있고 귀여운 건가요. 특히 오픈카를 타고 멋있게 등장하는 장면을 보면서 처음으로 히라마루가 멋지다고 생각했답니다. 물론 그 뒤에 얻어터지는 모습은 귀여웠구요. 지금까지 바쿠만 속 캐릭터 중에 (사람으로서) 매력을 느낀 건 니즈마 뿐이었는데, 이번 권에서는 니즈마의 비중에 줄어든 대신 해달청년 히라마루의 활약이 대단했습니다. 아오키 씨랑 잘 됐으면 좋겠어요.
어찌됐든 나카이의 여성편력과 탐욕스러운 부분은 하나도 정리되지 않은 채 나카이-히라마루의 극적인 결합으로 이 에피소드는 마무리가 됐네요. 찜찜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우선 나카이의 아오키를 향한 맹목적인 복수심이 사라진 것으로 만족해야겠죠. 앞으로 히라마루와 나카이, 아오키의 두 남자(?)가 어떤 시너지를 낼 지 이들의 다음 에피소드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3. '도전자 허리케인' - 평범하지 않은 삶
'외롭지 않아? 같은 나이대의 청년들은 산으로, 바다로 연인과 함께 청춘을 구가하고 있는데...'
'방금 네가 말한 청춘을 구가한다는 것과는 좀 다를지 몰라도 불타는 듯한 충실감은 수도 없이 맛보며 살아왔어. 잉크투성이의 원고 위에서'
'지천에 널린 다른 녀석들처럼 픽픽거리며 불완전 연소하고 있는 게 아니야. 불과 짧은 순간이라 해도 눈부실 정도로 새빨갛게 타오르지.'
이 에피소드 때문에 글을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는 방식이 제각기 다릅니다. 하지만 '일반적'이라는 범주는 분명히 존재하죠. 그 일반적인 범주 속에 속하는 게 행복한 걸까요, 그렇지 않은 걸까요? 실제로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스키장이나 바닷가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원고 위에서 젊음을 불태웁니다. 이게 그들을 절망 속에 몰아넣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소소한 삶에서 얻는 즐거움의 몇 배를 그 원고 속에서 얻습니다. 물론 그만큼 고통도 따르지만요. 무언가 대단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가 따릅니다. 대가를 치른다고 모두가 대단한 것들을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분명히 치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그 목표한 바가 아니더라도 다른 대단한 것을 발견할 수도 있는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힘든 과정에서 탈출하려 합니다. 힘든 길을 걷고 있으면 계속해서 방해가 따르기 때문이죠. 주위 사람들의 시선, 말,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게으름, 도피하고픈 마음, 자기합리화..같은 것들이죠. 무엇이 행복한 인생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들 이를 고민하며 살아갑니다.
어쨌든, 슈진과 모리타카 이 두 사람은 참 부러운 사람들임에 분명합니다.
4. 모방범
PCP의 애니메이션화에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모방범죄의 가능성' 이 현실화 된 에피소드였습니다. 실제로 모방범죄는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게끔 만들죠. 저도 어떨 때 범죄과정을 소상히 다룬 뉴스를 보면서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어찌됐든 그 모방범죄가 현실화 됐을 때 원작자인 슈진은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슈진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이건 모리타카의 역할이 컸죠) 범죄에 더욱 자극받아 그것을 뛰어넘는 에피소드를 만들어 냅니다.
작가 두 사람이 작품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아닌, 사회적 이슈와 결부된 색다른 이야기라 재미있었습니다.
바쿠만은 창작하는 사람들의 고뇌와 희열을 참 균형있게 담아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류의 만화가 더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앞으로 무언가 만들어내는, 혹은 에디팅하는 직업을 희망하는 저에게는 특히 멋진 만화일 수밖에 없네요. 다음 권이 기다려집니다.




덧글